82946906_788345098352979_4759304944170780233_n(1).jpg

 

 

 

 

Huh Myoung Wook

 

 

허명욱에게 시간은 그 자체로 재료이고 수단이며, 의미이자 목적이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거의 모든 시간을 오로지 기록하기 위한 준비에 쏟아붓는다. 그날의 색을 조형하고, 독특한 물성의 용제를 만들고, 그것이 변치 않도록 보존하는 것에 맹렬한 노력을 쏟는다. 흥미로운 건, 그렇게 완성한 오늘의 작품 위에 미련 없이 다음 날의 감정을 덧칠해 버리는 그의 행위다. 계절이 가고 해가 지나도록, 그의 작품은 매일 완성되고, 또다시 완성된다. 하지만 그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메타포는 옻칠이 아니라, 무수히 흘러간 어제다. 최선을 다해 살아내었으되 다시 돌아오지 못할 어제, 그 운명을 받아들이고 선뜻 떠나보내는 것, 그의 행위 전체가 곧 삶의 은유다. 주어진 오늘을 정성스럽게 칠하면서 매일 어제를 떠나보내는 연습을 한다. 결코 내일로 인해 오늘을 덮어버려야 함을 슬퍼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것이 그의 삶이고, 마침내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이다.